그저 그리고 싶을 때 그렸다
동굴의 암각화처럼 원초적 행위의 원시인이고 싶었다
살아있는 것도 죽어있는 것도 없는 이 지구의 끝 어디에서 다분히 살아왔던
내 영혼의 소리를 그림이라는 이름으로 노래하고 싶었다
자유,평화,사랑,자연과 신비,무상,무념,무소유
이쪽과 저쪽을 넘나드는 피안의 세계와 어떤 때는 무당이 되고 부처가 되고
예수가 되고 하동이 되어 그림 속의 주인공으로 회귀하고 싶었다
태양과 달과 별들 그리고 우주천체를 하얀 여백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건
화가만의 대단한 매력과 특권이 아닌가
오늘도 작업실을 서성인다
아직 잉태되지 않은 어떤 그림을 위하여 먼 먼 도정의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가보지 않은 먼 먼 무인도도 가봐야겠다